세바다 활동/칼럼

신경다양인이 말하는 신경다양성과 나 인터뷰

- 인터뷰어: 세바다 단체준비위원회 대표 리얼리즘

 

  안녕하세요, 이번에 세바다의 신경다양인 회원분들을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신경다양인 분들이 신경다양성과 자신의 신경다양성 특성, 삶의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졌는데요, 총 다섯 분이 응답해주셨습니다. 다섯 분들의 신경다양성 인터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익명 A: 안녕하세요, 양극성 장애와 경계선 인격장애와 알코올 의존,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익명이라고 합니다.

이응상: 안녕하세요. 저는 글쓰는 직장인 이응상입니다. 필명 겸 닉네임은 Blueman이고, 5년 전부터 치킨집에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익명 B: 30대의 지정성별 여성입니다. 여러 가지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살다가 작년에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꿀벌의 비행: 저는 꿀벌의 비행이고 2014년에 풀베터리 검사를 통해 ADHD 판정을 받았습니다.

익명 C: 저는 스무 살 수능 준비생입니다.

 

2. 자신이 신경다양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익명 A: 고등학교 1학년 재학 당시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서상 문제가 전체 학생 중 상위 1퍼센트로 나왔고 이후 정신과를 가게 되면서 깨달았습니다.

이응상: 병역을 앞두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익명 B: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을 알기 전이나 정신건강 관련 시설을 방문하기 전에도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항상 받아왔어요. 삶의 여러 부분에서 주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제겐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거기에 더해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게 매우 힘들었던 것도 한몫하긴 했어요.

익명 C: 어릴 때부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어서 스스로 신경다양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적이 높아 아무도 제가 신경다양인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교우관계와 학업에서의 어려움이 지속되어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정신과에 방문하였다가 ADHD와 기분장애,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3. 신경다양인으로 살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셨다면 알려주세요.

익명 A: 긍정적인 경험이라위센터 상담사분과 상담하면서 제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회기가 지나면서 상담사분이 제가 점점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지금은 제 감정을 다양한 폭으로 느낄 수도 있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좋은 교류를 했습니다.

이응상: 남들이 의식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더 있는지는 살면서 찾아보겠습니다.

익명 B: 긍정적인 경험이 딱히 많지는 않지만 무언가 하나에 깊게 몰두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좋았어요. 사회성이나 학습 태도는 좋지 않았음에도 삶이 아주 엉망진창이 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하고 싶은 것은 열심히 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적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을 땐 내가 왜 이 일조차 안 하지?’라는 생각이라도 했는데 그렇지 않은 일은 그런 생각도 안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구나.’란 생각을 해요.

꿀벌의 비행: 어린아이들과 성심성의껏 놀아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익명 C: 어릴 때 창의적인 활동, 가령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에서 재능을 보였습니다.

 

4. 신경다양인으로 살면서 부정적인 경험을 하셨다면 알려주세요.

익명 A: 네 병은 의지의 문제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의지가 차지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분명 의지조차 생겨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던 시기도 있었는데, 그런 시기에 들은 의지 타령은 저를 괴롭히기만 했습니다.

이응상: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고, 일을 구하는 것도 까다롭고, 가끔씩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겨우 견딜 정도입니다.

익명 B: 무언가 힘든데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남들은 그럭저럭 견디는 거 같은데 왜 나는 그렇게 못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학생 시절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갔는데, 그곳에서도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되어 있다는 말을 했어요. 지금은 어떤 의미로 그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만, 당시에는 내가 이곳에서도 이해받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꿀벌의 비행: 친구를 위해서 한 행동이 오해를 사서 인연이 끊겼습니다.

익명 C: 교우관계나 학습에 불편을 겪었습니다.

 

5. 신경다양성을 알게 된 계기와 그로 인해 변화된 점은 무엇인가요?

익명 A: 세바다를 통해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기분장애와 조현병 위주로 공부하던 사람이었는데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을 안 덕분에 ADHD와 자폐 스펙트럼 쪽으로도 시선을 돌리게 된 것 같습니다.

이응상: 당사자들의 자조모임으로 알게 되었고, 그분들의 주장을 통해 부정적 인식과 개인적인 콤플렉스를 떨쳐내고 있습니다.

익명 B: 신경다양성이나 신경다양인이란 단어 자체는 트위터에서 처음 들었어요. 그리고 유튜브 <How to ADHD>에서도 한 번 신경다양성과 관련된 영상을 봤어요. 그렇게 신경다양성이란 개념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신경다양성 스펙트럼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 자신에게 내가 기대하던 것들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억지로 전형인들의 삶에 저를 끼워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느끼기도 해요.

꿀벌의 비행: 정신건강론을 배우면서 신경다양성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익명 C: SNS 계정을 운영하며 신경다양인을 많이 만나며 자연스럽게 신경다양성 개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신경다양성을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인정하며 살아가게 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다소 해소되었습니다.

 

6. 신경다양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익명 A: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료비 및 풀 배터리 비용 지원 같은 사회제도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응상: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구직을 도왔으면 합니다.

익명 B: ‘평균과 약간 다르다는 것이 차별로 이어지는 문화를 단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꿀벌의 비행: 신경다양인들의 특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명 C: 신경다양성을 인정하고 신경다양인들이 적소 구축(당사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할 수 있는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7. 세바다를 제외하고 주변에 다른 신경다양인이 존재하나요? 존재한다면 그와의 경험은 어땠나요?

익명 A: 제가 자살 충동으로 너무 힘들어할 때 죽지 말라고 전화를 걸어 말려준 신경다양인이 존재합니다. 서로 신경다양인임을 밝히고 그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서 즐거웠어요.

이응상: 자조 모임에 가입한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SNS 친구가 되었지만, 제가 그 모임에 가입하지 못해서 큰 관계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익명 B: ADHD 진단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호기심으로 ADHD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는데요, 내가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가끔 자신도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단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신경다양성 스펙트럼 선상에서 신경다양인 쪽에 매우 가깝겠단 생각이 드는 사람도 종종 봤고요. 저는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전형인 쪽에 가까운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좋았어요.

꿀벌의 비행: 다른 친구들과 달리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그로 인해 다른 신경다양인들과 친해지기 쉬웠습니다.

익명 C: 제 주변에 신경다양인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들과 저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신경다양인적 특성을 보완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함께 하곤 합니다. 가령 ADHD라서 집중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같이 캠 스터디를 하거나 오늘의 계획을 서로 공유합니다.

 

8. 다른 신경다양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려주세요.

익명 A: 우리 존재들 파이팅!

이응상: 주눅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세요. 절대 장애가 아님(인터뷰어 주-방해물로서의 장애를 의미한 것으로 보입니다.)을 알고 당당해지세요.

익명 B: 이건 어릴 적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데, 스스로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살아가면서 실수도 많이 하고 잘못도 많이 저지르고, 분명히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고, 그런 행동의 결과로 부끄러움을 느끼며 자기 자신이 싫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꿀벌의 비행: 자신의 특성을 부정하지 말고 즐기면서 살아요!

익명 C: 주눅 들지 말고 같이 잘살아봤으면 좋겠다!

 

9. 인터뷰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익명 A: 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신질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부디 인터뷰가 좋은 영향을 끼치기 바랍니다.

이응상: 신경다양성에 대한 인터뷰는 처음인데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 나아지네요. 다른 분들은 어떨까 궁금합니다.

익명 B: 배달 음식 시켜서 오기 전에 빠르게 쓰려고 했는데, 음식은 아직도 안 왔지만 글을 쓰면서 그냥 머리에 안개처럼 떠다니던 생각들을 정리해 볼 기회를 얻었네요. 세바다 단체 준비가 잘 되어서 신경다양성이란 개념이 더 알려지고, 사회에서의 이해가 늘어나길 바라요.

꿀벌의 비행: 제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익명 C: 신경다양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55색 신경다양성 인터뷰를 들려드렸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드시나요? 이 인터뷰가 신경다양인과 신경전형인 모두에게 인상적인 울림을 남기기를 기원하며 이 기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